여기 색채의 마법사 김석중작가가 새로 창조해낸 한 쌍의 말그림이 두점 있다.

근래에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색채와 조형으로 개인전에 출품 되자 마자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고 즉시 임자를 만났던 작품들이다.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그림은

한눈에도 '포니 카페라떼'라는 별명이 저절로 떠오르는 조랑말 그림이다.

앞다리를 살짝 굽히고 엉덩이를 높이 치켜든 자세로

마치 장난감 나라에서 온 것처럼 핑크빛 하늘을 배경으로 둥실 떠다니는 풍경은

영락없이 깜찍한 암컷의 모습이다. 살짝 굽힌 미끈한 앞 다리가 그렇고 둥근 힙이 그렇다.

게다가 알록달록한 갈기와 안장은 모두 북구의 여성들이 털실로 짠 화려한 색상의

앞치마나 목도리처럼 이국적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말의 눈은 에메랄드로 주위를 두르고 눈동자로 빨간 루비가 장식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차이코프스키원작의 호두까기 인형이나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이 데리고 다니던 인형처럼

조랑말은 얼굴에 겹쳐진 핑크색 마법의 달빛에 취해 생명력을 얻었을 것이다.

안장위에서 피어난 커다란 앰버(호박석)칼라의 꽃 한송이는

풍선과 꽃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치면서 마법에 취한 암컷의 부푼 마음을 대변한다.

좀 더 다가서보자 말의 몸통을 묘사한 기법이 재미있다.

커피색과 아이보리색이 서로 일정한 경계를 짓기는 하지만 붓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일종의 드립핑 기법이다.

먼저 화폭위에 말의 형태를 갖춘 틀을 만든 다음

그 위에 물감을 붓고 또 다른 물감을 붓는 방법으로 색상과 무늬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게 하면 물감들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서로 엉기고 번지는 성질은

마치 물위에 유성 물감을 풀어 무늬를 만드는 마블링기법처럼

아무도 예측 못할 색채의 카오스(혼돈)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화가의 노련한 경험과 순간적 직관에 따라

붓으로 경계와 구획을 만들고 바람직한 흐름을 유도하면

그 다음은 그들끼리의 또 다른 짝짓기 놀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결과 바리스타가 한 잔의 카페라테위에 즉석으로 휘저어 그려내는

멋진 라떼아트가 캔버스위에서 그림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시각과 미각이 완벽하게 융합되는 즐거움 가득한 그림이다.

 


(김석중, 일상-생성, 72cm x 60cm, Mixed on canvas2010)

암컷이 있다면 수컷도 있을 것이다.

화가가 묘사한 수컷은 중천에 뜬 태양을 등지고 서있는 탄탄한 근육과

유머러스한 얼굴 강인한 턱을 가진 멋진 놈이다. (아래그림)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머리통과 눈부분의 묘사가 생략된 점이다.

남자에겐 이것들이 별로 필요치 않다는 뜻일까?

말의 몸통에 불끈 솟은 정맥의 힘을 흰색의 흐름으로

유난히 공을 들인 흔적에 비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김석중, 일상-생성, 91cm x 65cm, Mixed on canvas2010)

ps)이 작품들은 앞서 말했다시피 전시장에서 바로 각자 주인을 만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암컷은 남자고객에게 수컷은 여성고객에게 각각 팔려나갔으니

한국 컬렉터들의 수준도 이 정도면 능히 좋은 화가들과
충분히 교류할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이다.

 

Posted by 포털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