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아트/낙찰후기2016. 4. 9. 08:17

꽃중에서 가장 화려한 꽃인 작약이 그 색상과 자태를 강렬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작약은 꽃잎 속이 알토란 같이 풍성하고 밀집되어 있어 자신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즉 속꽃잎이 겹겹이 빼곡하게 포개어져 있기에 꽃잎을 다 볼 수가 없어서 그 감춰진 미덕 때문에 꽃말이 부끄러움과 겸손이라고 여겨진다. 그림 속의 작약의 포인트는 꽃잎만이 아니다. 잎새의 색깔도 초록빛과 분홍빛 색상이 스며들어간 두가지 색조의 잎새들이 나뉘어져 있어 다채로운 시각감을 안겨주고 있어 스승 리석호의 붓질의 숨결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대나무 줄기는 연약하지만 올곧게 쭉쭉 뻗어 나가면서 대나무의 기상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대나무만 보면 농담의 필력이 살아 숨쉬는 묵화의 기풍이 여실히 느껴진다. 꺽이지만 휘어지지 않는 대나무의 가녀린 줄기가 강조되고 하늘거리는 모습 때문에 그 마디마디의 뼈대가 아슬아슬하게 돋보이고 있다. 또한 대나무의 수묵화 기풍 때문에 화려한 색상의 작약 꽃잎과 잎새가 강조되고 양자간의 입지를 보완해주며 인상적으로 대비되는 구도이다. 또 한가지는 굵은 원통형의 괴석이 전면에 배치되므로써 뭔가 보호막 혹은 지지대가 되어주는 상황 전개이고 이 또한 꽃과 대나무의 천연적이고 자연스러움을 은연중 부각시켜주고 있다.
정창모는 이 그림의 제목을 ‘기리 푸르고 트팀 없는 신의(信義)와 의리(義理)를 지닌 창모’라고 명명했다. ‘트팀’이라는 어휘는 조금도 틀림없다는 뜻의 북한말이다. 신의는 겸손의 꽃말을 지닌 작약에 자신을 빗대어 비유한 말이고, 의리는 대나무의 기상을 자신에게 이입시켜 의인화한 것으로 보여진다. 글씨가 한글 부분에서는 오목조목 이쁘게 써내려갔다가 한자 부분에서는 신들린 듯이 휘갈겨내려간 것이 재미있다. 이러한 글씨의 미감은 정창모의 그림 중에서 흔하게 보기 어려운 명필체에 속한다. 정창모는 그림이 흡족하게 잘 그려지면 그 마무리인 서명 글씨가 명필인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출처[포털아트 - jangr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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