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아트/낙찰후기2018. 8. 28. 11:42


꽃이 아닌 듯하나 꽃임이 분명하고, 산과 하늘이 아닌 듯하나 산과 하늘임이 분명하다. 소위 은쟁반 위의 흰 눈송이요, 달빛을 스쳐 가는 해오라기다. 하늘과 산과 초목이 각자의 단단한 껍질을 해체하고 서로 섞여 있다. 자기를 지키면서도 타자를 수용하고 배척하지 않는다.
존재의 경계는 기억과 관념의 산물로서 표피에 불과하고,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삶과 생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방편으로 이용된 가상의 ‘구별 짓기’가 습관이 되어, 이제 우리는 언제나 세상에 수많은 선을 단호하게 그어가며 살아간다. 저 멀리 서로 떨어져서 단지 기호로만 존재하며.
그래서 와카 시인들은 사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물끄러미’ 바라보았으리라. 그리하여 산을 ‘저것’이 아닌 ‘산’으로 보고, 물을 ‘그것’이 아닌 ‘물’로 보기 위해.

출처[포털아트 - bluecl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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