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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1 여망
포털아트/낙찰후기2012. 1. 1. 16:21

이 그림에 응찰하는 날은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들어와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잠시 앉았다가, 이미 습관화된 포털아트 홈까지 들어오게 된 덕분이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사흘간 텔레비전도 없는 오지로 휴가를 다녀와 보니, 덜컥 낙찰되어 있었다. 실은 배송 확인 전화를 받고 나서야 홈에 들어와 다시 작품을 보게 되었다. 즉 차분히 검토해보거나 이것저것 재어 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응찰했다는 얘기이다.

이 작품을 배송받아서는, 그 동안 오래 보아오던 그림 하나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걸어놓고 한참을 바라보며, 사진보다 좀 어두운 색채에 다소 실망하면서, 왜 즉흥적으로 응찰했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내었다.

이 작품은 소위 ‘뜨거운 추상화’이다. 작가의 열정적인 감정이 자유로운 선, 형, 색채로 표현된 서정적인 추상화이다. 오래 전에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보며 느꼈던 당혹감에서 벗어나, 이제는 음악을 듣듯 쉬르리얼리즘의 시를 감상하듯 자동기술법이 구사된 소설을 읽듯, 그냥 온몸으로 편안히 느낀다. “아이들은 모두 추상화의 대가이다.”라는 말을 듣고 난 이후부터이다. 화가가 비정형으로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펼처놓았듯이, 나도 아이처럼 마음껏 내 감수성과 상상력을 발동하여 그냥 즐길 뿐이다. 제목이 왜 ‘輿望’이 아니고 ‘餘望’인지 따질 필요도 없고, ‘여망’의 이미지를 읽어내려고 골몰할 필요도 없다. 이런 점에서라면, 술김에 즉흥적으로 응찰했다는 것은, 곧 머리로 따지지 않고 가슴으로 느꼈다는 뜻이니, 제대로 밟은 수순이다.

무거운 흑색과 적색 속에 부드러운 백색과 살짝 내비치는 따뜻한 황색, 그리고 빠른 붓놀림으로 생긴 흰색 기포로 인하여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이 화려한 색채감으로 표출된 들끓는 작가의 내면세계가 느껴지고, 작업에 열중하는 작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 사족 하나 - 화가 의 한자 표기가 몹시 궁금합니다. 혹 포털아트 측에서 아시면 메모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출처[포털아트 - 몽석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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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털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