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길 화백의 걸작 누드 ‘사춘기’를 드디어 재경매에서 만났다.

그동안 백화점 문화센터를 통해 학생들에게 수차례 소개 했을 정도로 이 그림에 대한 나의 관심은 각별한 것이었다.

그런 작품을 재경매에서 막상 발견 했을 때, 거짓말 좀 보태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경매에 참가해서 낙찰을 받아 버릴까? 생각 중인데,오늘 점심이 가까워서, 친한 분이 연락이 왔다.

이분은 나의 책을 사서 탐독 하신 다음, 책에 있는 컬렉션을 그대로 실천하시기로 마음을 먹으신듯, 책에 해설되어 있는 그림이 경매로 나오면 놓치시는 법이 없다.

‘ 아, 또 이렇게 주인은 따로 있는 모양이군?’ 나는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아, 그 그림 말이지요 ? 대단한 걸작입니다. 어떻해서든 손에 넣으세요.”

점심을 먹고 돌아와 들어가 보니 무사히 낙찰을 받으신 듯하다.

정말이지 복이 많은 컬렉터라는 생각이다.

이 글을 읽고 혹시 이 작품을 내 놓으신 분이 속이 많이 쓰릴까?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기왕에 내 놓은 그림이 다른 분들의 많은 호응을 받아 자신의 심미안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높힐 기회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충분히 즉구가로 갈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최정길 화백은 누드의 대가이기도 하다.

해서 이번 토요일 강의는 최정길의 누드를 중심으로한 그의 작품 세계를 중심으로 독자들과 좋은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추신 )이 그림의 해설은 저의 졸저 “그림 읽어주는 남자..”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 하겠습니다.

토요일의 설명회에서는 이 그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해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많이들 참가해주세요. ^^

최정길 사춘기(思春期)- 그림읽어주는 남자와 33인의 화가에서 발췌..

사춘기, 문자 그대로 봄을 생각하는 시기 ,아니 봄처럼 마음이 들뜨는 시기 일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봄에는 일조시수가 길어져 동물들이 짝짓기에 돌입하도록 되어있다고 하니 봄은 짝짓기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사춘기란 다름 아닌 짝짓기를 생각하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화가는 노련하게도 이 점을 정확히 갈파하고 이 그림을 그렸다

사실 이화가의 장기 중 하나가 여인의 내면을 정확히 갈파하고 화면에 끄집어내는 ,인물화 ,그 중에서도 누드라는 사실은 잠시 후면 실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머리를 두 갈래로 땋아 늘어뜨린 사춘기 여고생의 뒷모습을 그린 누드이다.

소녀는 창틀로 쏟아지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서 창밖의 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방은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조그만 테이블과 침대로 이루어진 작고 비좁은 공간으로 어쩌면 소녀가 바라보고 있는 창문만이 유일한 탈출구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화가는 자신의 상표와도 같은 푸른색을 곳곳에 끼워 놓았다.

창틀과 소녀의 머리칼 ,어깨와 허벅지 뒤편을 비롯하여 테이블보에 이르기까지 사실은 푸르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이 그림에서 푸른색은 희망과 우울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이중적인 코드로 작용하므로 그림은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띄게 된다.

여인의 뒷 모습은 사춘기 소녀의 것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부푼 엉덩이를 가진 점이 이채롭다.

부풀다는 단어를 쓸 정도로 이 엉덩이는 인생의 봄을 맞이하는 소녀의 부푼 기대감을 상징하는 중요한 아이콘으로 작용한다.

엉덩이는 생식의 상징이며 불룩한 가슴보다 더 원초적인 여성의 2차성징 ,즉 사춘기의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보는 관객들의 마음마저 설레이게 만든다.

Posted by 포털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