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아트/낙찰후기2017. 6. 15. 10:09


세 방향에서 은하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시원스럽고 신비롭다. 폭포수 줄기에서는 정창모 화가의 예의 벼락같은 붓놀림이 힘차고 가파르게 달려가지만, 폭포수를 양 옆에 끼고 있는 산허리의 피부결 면면은 조선화에서 산과 바위의 주름 표현기법인 준법으로 빗살무늬를 쳐놓은 듯 붓질의 섬세함이 선우영 화가에 못지 않다. 선우영 화가는 정적인 완결성을 추구한 반면 정창모 화가는 동적인 율동감을 구현하여 스타일이 다르다. 서로는 자신에게 없는 이질성을 많이 갖추어서인지 두분 사이는 매우 가까웠다. 두 화가는 현대 북한 조선화의 몰골기법과 세화기법의 양대 산맥을 대표하고 그 산맥 중에서도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창모 화백은 힘찬 기백과 섬세한 숨결이 공존하는 그림에서 최고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 일필휘지의 속도감만 느껴지는 화폭에서는 어딘지 성의가 좀 결여되어 보이지만, 섬섬옥수의 여린 붓질이 좌우로 부지런히 오고갈 때는 그 정성이 남달라 보이고 균형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정창모 선생은 폭포수 하단에서 운해와 만나 물보라가 거대하게 솟구치고 일렁거리며 하얗게 부서지는 장쾌함과 웅혼함, 그리고 여백미에서 오는 끝모를 깊이감을 묘사하는데 스승 리석호의 화폭 보다 더욱 생생한 자연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스승의 그림자로부터 요동치는 거침없는 파괴력 앞에서는 추종 불허다.
폭포수의 세갈래가 서로 스크럼을 짜서 한 방향으로 모아지듯 집중해서 퍼붓는 장면은 폭포수의 이름 그대로 삼형제가 의기 투합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림에서는 제목처럼 형제지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하라는 의미를 담아내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하여 감상자에게 흐뭇함을 자아내고 성찰의 시간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조선화가 고상함과 간결함 그리고 아름다움의 정수를 표현해내는 최고의 양식이라는 북한 미술계의 자부심이 근거없는 과장이 아니라는 점은 북한 조선화 대가들의 예술세계의 진면목을 파고들어가 보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삼각지에서 사진같은 수출 그림들을 보고 남한의 회화를 일갈하는 것이 무모하듯이 북한 회화를 저가로 보급하기 위한 전시장에 들려보면서 북한의 예술세계는 뻔하다는 듯이 하대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북한 미술계에서 자연주의는 그 자체로 비판받는다기 보다는 자연주의적인 예술 표현의 세계가 그들이 겪어왔고 처해 있는 힘겹고 치열한 현실에 비추어 다소 한가롭게 느껴지고 열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들만의 사실주의적인 관점에서 실제의 객관적 투사인 자연주의는 생동하는 얼이 맞부딪치는 세계가 아니고 맥이 빠져버린 허전함과 갈증을 야기하여 그런 점들을 지적하면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추동해 나간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근경의 바위 위로 솟아난 나무들이 마치 폭포수를 쳐다보는 사람처럼 보여져 관폭도를 연상시킨다. 동양 산수화에서 폭포수를 관상하면서 벗과 함께 음주를 나누며 세상을 논하는 관폭도는 자연에 은거한 처사들의 맑고 숭고한 정신세계를 최고로 표상한다고 여겨져 왔다.

출처[포털아트 - jangr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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